나의 향신료 가게
이솝은 아는 분이 태싯을 너무 좋아하셔서 시향을 강력히 추천하시길래 찾아가보게 됐다.
호주 브랜드인 이솝은 환경보호를 지향하는 브랜드라 포장지나 파우치등이 재활용하기 좋은 재품으로 이루어져있고 병도 심플하다.
(심플한 디자인의 향수병들은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모아놓으면 특히 예쁘다 생각한다.)
성별구분이 없는 향수를 지향하는 것도 이 브랜드의 특징 중 하나.
이솝 마라캐시의 향 노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top: 베르가못,클로브, 카르다뭄
middle: 자스민,장미, 네롤리
base: 시더우드, 샌달우드
이미지: 이국적인, 자상한, 잔잔한
향 성별: 성별구분 없음
향 연령: 20대 후반이상
향 계절: 가을
확산력: 조금 적음
지속력: 조금 적음
이 향수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뜬금없겠지만 어떤 가게 이야기를 해야한다.
뉴욕의 미드타운에서 렉싱턴 에비뉴를 따라 걸어 올라가다보면 리틀인디아의 28번가와 29번가 사이에 '칼루스타얀' 이라는 좁은 향신료 가게가 하나 있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종종 그 가게를 찾아갔다.
병속에 들어있는 온갖 절임, 체리, 훈제한 파프리카등과 씨를 빼서 말린 살구등등이 몇렬씩 나열되어 있고, 플라스틱 통속에 캔디드 바이올렛과 초콜렛들, 설탕결정 막대사탕등이 줄줄이 들어차 있어, 봉투에 담아 무게로 가격을 정한다.
벽과 반지하인 아래층에는 온갖 세계의 향신료가 다 모여있다.
계피와 시나몬을 동시에 살 수 있을정도로 세분화 되어있고, 심지어 고추장과 땡초가루까지 있다.
이층에는 각종 티팟과 북아프리카식 도자기 냄비인 타진과 함께 많은 종류의 차와 커피를 판다.
커피콩도 다양하고 얼마나 곱게 갈지를 정해 가게에서 갈아올 수 있다.
식물을 통째로 말린 팔만한 길이의 허브차도 있고 '꽃피는 차'도 여러종류를 싸게 살 수 있다.
엽차도 무게를 달아서 살 수 있다. 이 가게만의 차 블렌드도 많다.
차가 진열된 옆에서 몇몇가지 치즈와 유제품도 팔고있어서 운이 좋으면 한입씩 나눠주시기도 한다.
녹차와 민트가 섞여있는 모로칸민트티를 한봉지 들고 내려가면 계단을 오를 때에는 보이지 않던 좁은 공간이 보인다.
각종 향과 몰약등이 진열되어 있는 좀은 틈새인데, 사람 한명이 들어갈 수 있을만큼 좁다.
가격도 싸니 기분전환으로 하나씩 피우기에도 무난하다. 들어간 김에 수박향을 하나 집어온다.
옆에 쌓여있는 터키 솜사탕과 누가, 터키쉬 딜라이트 등을 지나서 들고 계산대에서 현금을 내면 가끔 옆에 진열 냉장고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바클라바를 하나 덤으로 주신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이 가게를 설명하느냐, 매번 가게문을 열때마다 온갖 향신료 냄새가 얼굴을 강타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향수와 정말, 정말 똑같은 향이난다. 향수를 뿌리자마자 칼루스타얀 생각이 났다. 너무 좋아하는 가게라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데리고 가던 곳인데, 향을 맡는 순간 너무 반가워서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 향수냄새는 너무 구체적으로 개인적인 추억을 불러 일으켜서 내게는 조금 특별한 향수다.
굉장히 이국적인 향이긴 하지만 써들썩한 느낌의 향은 아니다. 그보다는 왠지 어딘가 멀리 다녀와서 막 집에 도착한 순간이라던지, 손에 묻은 온갖 향신료를 앞치마로 닦으며 가족들과 난로가에 모여앉는다던지, 하는 한숨돌리는 느낌의 여유가 느껴진다.
다만 아쉽게도 이솝의 향수들은 대체적으로 은은하고 지속력은 좀 약해서, 향신료 향수인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빨리 사라진다.
향수 이미지: '아주르와 아스마르'/ '퀸 오브 데저트'의 거트루트 벨
남자가 뿌렸을 때 이미지로는 아주르와 아스마르가 생각났다.
화려한 색감과 이미지, 극중나오는 향신료 마켓, 인종을 초월한 브라더후드의 따뜻함등이 이 향수와 닮아있다.
마치 움직이는 동화책같은 애니메이션인데, 연출상 정적인 동작>후다닥 움직임> 다시 정적인 동작이 반복되는것 까지 이 향수의 '한숨 돌리는' 느낌과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여자가 뿌린 걸 상상하면 실존인물인 거트루트 벨이 떠오른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중동에서 활약한 고고학자/정치 장교인 분이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보다 먼저 중동에서 활동하던 배테랑임. 실제 역사상 로렌스가 벨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마라캐시에서는 편견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함으로서 타국의 혈족같은 존재가 된 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거트루트 벨 전기 영화가 있었어서 가지고오긴 했지만 영화는 솔직히 많이 별로다...보지마세요..
뭐랄까, '윈스턴 처칠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장르가 로맨스였습니다.' 정도의 느낌.
왜 여자 위인들 영화는 꼭 이렇게 로맨스에 비벼다가 판매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스테이크에 아이스크림 얹어파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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