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이야기

[오탁후기|오타쿠의 향수후기] 존갈리아노 팔레즈 오프레쉬 John Galliano Parlez-Moi d’Amour Eau Fraiche -솜씨있고 점잖은 소녀

나는루아 2021. 5. 22. 05:47

 

나 대학 다닐때 분명 이 편지봉투 향수들 유행했던 기억이 나는데 나만 평행세계에서 살다 온건지 주위사람들 아무도 얘를 기억하지 못한다. (서럽)

그때 맡아본 건 분홍봉투이지만 그건 다음기회에 이야기하고, 다들 보자마자 하나같이 병 예쁘다! 하고 외치던 팔레즈 시리즈의 초록병을 리뷰해보자.

 

 

존 갈리아노 팔레즈 오프레쉬의 향 노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top: 레몬, 생강

middle: 화이트 커런트, 장미, 자스민

base: 사이프러스, 머스크

이미지: 과묵한, 소녀, 은밀히 반짝이는

향 성별: 여성적 이미지

향 연령: 10대-20대

향 계절: 봄, 여름

확산력: 양호

지속력: 양호

 

 

물기어린 레몬과 화이트 커런트 향으로 시작한다. 코를 찌르는 시트러스가 아닌 조용하고 산뜻하게 오래가는 레몬향.(내일은 빨리 날아가는 시트러스 향수 포스팅 할 예정...) 시트러스 계열이 이렇게 코를 찌르지 않고 오랫동안 고슬고슬한 느낌으로 이어지는게 신기하다. 뭘 한거지?? 조금 날아가면 물에 씻겨 생강과 사이프러스로 장식된 자스민이 올라온다. 장미는 살짝 거들뿐. 엄청 가볍고 순수한, 후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감각이다. 마무리까지 물기가 쭉 지속되고 약간의 포근한 느낌과 어, 나만 그런가, 조금 젖은 향나무 같은 향이 나면서 마무리 된다.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고 깨끗하다는 느낌이 든다. 과하게 달지 않고도 존재감 있는 향이 살짝 조심스럽게 웃음짓는 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고슬고슬하고 하얀 이미지가 왠지 레이스를 뜨고 있을 것만 같다.

예전에 병이 예쁘고 이베이에서 가격을 많이 낮춰서 팔길래 하나 사봤었던 향수였다. 루아는 시향없이 향수를 살 때는 초록색 향수를 산다는 개인적 방법론이 있다 ㅋㅋㅋ 아직까지 수색이 초록색인 향수중에 '이 향 별로야!'라고 느낀 향은 없어서. (하지만 다들 지속력이 읍읍읍!) 그런데 이 친구는 그린노트가 아니다보니 지속력도 좋네? 시향해보고서 굉장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향수라고 생각은 했지만 본인 이미지와 너무 안어울려서 ㅜㅜㅜ 지인인 젋은 선생님께 팔았다ㅜ. 지금까지 맡아온 '소녀'이미지의 향수는 사탕! 리본! 꽃피는 들판에서 뛰논다! 라는 분홍분홍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렇게 조용한데 분명히 어린 소녀인 이미지를 주는 향수는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기했던 향수다. 향이 중간에 빠지거나 깨는 느낌없이 아름답게 연계된다. 너무 순수하고 과묵하고 조심스러운 아이인데 왠지 내가 눈 깜빡하는 사이에 오늘치 바느질을 끝내놨거나, 하루에 책을 5권씩 읽을 것 같은 빠릿빠릿한 느낌이 난다. 흔한 이미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찾아보면 없는 그런 향수.

 

 

향수 이미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

조용하고 손이 빠른 생쥐 아가씨 소피.